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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美‘, ‘여성과 문화'와 관련한 본연의 생각을 나눕니다.

화장품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 모델들의 시대별 모습

저자
최은섭, 안준희
등록일
2019.08.27
조회수
2,450

아름다움의 문화사 6부 화장품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 모델들의 시대별 모습 아름다움, 계급, 라이프 스타일 우아하고 고운 자태, 완벽하게 꾸며진 광고 속 여성 모델들. 현실과 괴리감이 있다는 걸 인지하면서도 구매를 불러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화장품 광고 초창기부터 광고 속에 등장하는 여자 모델은 특정 계층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배경도 특정 계층의 사람들이 찾는 장소로,  여가와 종사하는 직업 또한 특정 계층의 것으로 표현됩니다.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화장품의 기능뿐만 아니라 계급적 속성을 소유하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계급, 계층적 요소들이 실제 화장품 광고에 어떻게 투영되었을까요? 계층적 측면을 광고에 표현하는 방식에 시대적으로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까요? “귀부인이 사용하는 고급 제품이에요.”화장품 광고가 계급적 요소와 상품을 연계하는 방식에는 시대에 따라 변화가 있어 왔습니다.초창기부터 1960년대까지 화장품 광고에서 계급성을 표현하는 방식은 제품이 고급 제품임을 현시적으로 강조하는 것이었습니다.초창기 화장품 박가분의 광고를 보면 “부인 화장품 유일, 부인 화장품 제일”, “귀부인 화장허실 때”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수차례 상패를 받은 최고급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귀부인’으로 표현하여 제품에 귀부인이라는 사회 범주를 투영하고 있습니다. 1960년대까지의 화장품 광고들이 고급 제품임을 현시적으로 강조해 상품에 계급적 의미를 부여하려 했다면, 1970~1980년대 화장품 광고는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들을 동원하여 제품의 상층 계급 지향성을 구현합니다.이 시기 화장품 광고에는 바이올린, 플루트, 피아노 등 서양 악기가 소품으로 종종 등장합니다.(291페이지 이미지 삽입)이 광고에 나오는 악기들은 화장품의 기능이나 효능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습니다.하지만 광고는 악기를 소품으로 사용하여 광고 속 모델들을 이 악기들을 소유하고 연주하는 특정 계층의 사람으로 범주화합니다.이때 모델에게 부여된 계층적 속성은 제품으로 이전되어 제품을 상류 계층 사람들이 사용하고 소유하는 고급 제품으로 형상화하도록 합니다.(그림5.16 삽입)화장품 광고는 상품에 계층적 상징을 부여하기 위해 소품뿐만 아니라 특정한 배경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화장품 광고에서 여성 모델은 종종 집을 배경으로 등장하는데, 가구 형태가 당시 한국 사회의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형태가 아닌 특정 계급이 소유하고 거주하는 공간으로 설정됩니다.(그림 5.18 삽입)1970년대 광고에서 배경으로 등장하는 샹들리에, 소파, 별장 등은 여성 모델들을 특정 계층에 속해 있는 사람들로 형상화합니다.(그림 5.19~22 삽입)1970~1980년대 화장품 광고에서 제품에 계급적 요소를 담아내기 위해 동원하는 또 다른 장치는 특정 계층의 여가 활동 모습입니다. (그림5.23~24 삽입) 아모레 리바이탈 광고를 보면, 여성 모델 옆으로 스키장비들이 등장하는데, 이 광고가 게재된 1980년대 스키는 고가의 장비와 시설 이용료가 요구되는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고급레포츠였습니다. 여름 기능성 화장품 광고 또한 요트, 서핑, 조정, 골프 등  고급 레포츠 활동을 하는 모델을 설정하여 광고를 기획하였습니다.이 당시 한국 노동자들의 여가를 분석한 결과 생산직, 기능직 노동자들은 상당히 제한적인 여가 생활을 하고 있었고 대졸 이상의 관리직 노동자들은 여가활동을 고급 레포츠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광고는 이렇게 지위 상징의 효과를 지닌 여가 활동들을 활용하여 제품에 계급적 요소를 투영하고, 소비자로 하여금 제품과 특정 계급을 동일시하도록 유인합니다. 1990년대를 거쳐 2000년대 이후가 되면 상류 계급 지향적 상징들이 현저히 줄어들고 이 자리를 대신해 소위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극적이고 감각적인 광고들이 자리잡습니다.(그림 5.30 삽입)1970년대까지 화장품은 특정 집단이 사용하는 사치품으로서 인식이 강했지만, 경쟁성장기를 거쳐 1980년대 후반이 되면 점차 다양한 연령층과 성별로 확대, 보편화 되면서 세분화된 제품이나 판매 전략을 채택하게 됩니다. 소위 ‘라이프스타일 소구’는 삶의 다양한 측면들을 하나의 ‘스타일’로 축소시킵니다.광고에서 자연과 여유로움을 즐기는 모델의 모습은 소비자가 소망한다고 가정되는 삶의 형태를 일종의 ‘스타일’로 표현하였는데, 실제 광고처럼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여성은 극소수입니다. 하지만 광고는 일반인이나 화려하지 않게 꾸민 여성 모델들을 등장시켜 화면의 모습을 마치 일상인 것처럼 묘사하고, 소비자로 하여금 제품과 화면의 스타일화된 삶을 일치시키도록 유도합니다. (그림5.32~33) 주목할 것은 이와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한 광고 형식이 1970~1980년대 명시적 상류 계급 지향성을 표현한 방식과는 다르지만, 여전히 계층 혹은 계급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욕망하는 것이 계급지향적인 것이고 경제적 부가 조건화되어야 가능한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제품의 소비를 통해 자신들이 소망하는 라이프스타일을 획득 할 수 있다고 믿게 됩니다. 아름다움, 우리, 타자 한국 화장품 광고에서 타자를 다루는 데 있어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지속적인 서구지향성의 표현입니다.  광고에서 서구는 제품의 기술력과 우수성, 그리고 아름다움을 재단하고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이 됩니다. 한국 사회에서 근대화는 종종 서구화를 의미하였고, 이러한 맥락에서 서양은 한국이 추구해야 할 진보와 발전의 종착지가 된 것입니다. “선진국 여성들이 사용하는 제품이에요”초기 화장품 광고는 이러한 서구지향성을 직접적이고 명시적으로 표현했습니다. 1950년대 후반이나 1960년대 초반의 광고들은 제품 우수성을 설명하기 위해 서구를 표상하는 표현과 이미지들을 적극적으로 동원합니다. (p317 그림삽입) 서구지향성에 대한 명시적 표현은 이후 광고들에서도 종종 등장합니다. 초기 광고들만큼 광고의 전면이나 내용을 서구지향적 메시지로 채우지는 않지만, 이후 광고들에서도 서구는 상품의 기술력이나 우수성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들로 종종 등장합니다. (p321그림 삽입) 또한 서구는 좀 더 암시적으로 표현됩니다. 상품 정보보다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극적이고 감각적인 광고 형태가 우세해지면서 서구지향성은 상대적으로 암시적인 형식을 띠게 됩니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제작된 헤라광고에는 주인공 여성 모델 옆에 모델에게 메이크업을 해 주고 있는 서양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모습과 이 아티스트에 대한 소개가 삽입되어 있습니다. (그림6.10) 압축적 근대화와 서구화를 경험한 한국에서 서구는 전형적으로 진보와 발전을 표상을 의미하며,  서구에 대한 표식들은 새로움, 고급스러움, 세련됨을 의미하면서 사회적 지위를 표현하고 확인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1970년대 광고들은 모델의 의상, 메이크업, 배경 등에서 서구적 이미지들을 적극 활용하는데, 이 서구적 이미지들은 종종 사회적 지위에 관한 메시지를 수반합니다. 아래의 광고를 보면, 모델이 착용하고 있는 모자와 메이크업이 서양 귀부인의 초상화와 흡사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그림6.12 / 6.13) 1970년대 또 다른 광고들에서도 비현실적인 모습이지만 귀부인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모델들을 꾸며 제품에 계층적 의미를 부여하려 합니다. (그림 6.14~6,15) 1990년대 이후 광고들에서도 서구를 연상시키는 표식들을 적극적으로 동원하여 서구는 지속적으로 고급스러움과 특정 계층을 상징하는 표상으로 등장합니다. (그림6.19~20 삽입) 아름다움과 ‘우리’, 그리고 전통 화장품 광고에서 ‘우리’ 혹은 ‘한국’을 표현하는 데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는 동질성입니다. 1960~1970년대 광고에서 보았듯이 서구의 기술과 미를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으로 삼는 서구중심주의적 세계관이 뚜렷이 반영되어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리’의 동질성과 ‘타자’에 대한 배타성이 강조되어 드러납니다. 이 시기 광고에는 화면 하단에 국산품 사용과 외래품 금지에 대한 강조가 들어간 슬로건이 종종 들어가 있습니다. (그림6.31~33) 이 슬로건들은 1961년 5.16 군사혁명 후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일환으로 등장한 “특정 외래품 판매 금지법”의 시행과 관련되어 있습니다.국가 주도의 경제성장과 이에 동원된 민족주의는 슬로건 형태뿐만 아니라 제품의 우수성을 설명하는 카피에서도 명시적으로 드러납니다. (그림6.34~35) 화장품 광고는 하나의 동질적 집단으로 상상되는 ‘한국’ 혹은  ‘우리’를 표현하기 위해 소위 ‘한국적인 것’을 적극적으로 동원합니다. 광고에 형상화된 전통이 고정적인 실체로 존재한다기보다는 광고의 맥락, 소비자의 특성, 사회문화적 배경 등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가변성을 주된 특성으로 합니다. 1970년대 해외 시장을 겨냥하여 출시된 ‘삼미화장품’ 브랜드 광고를 보면 한국의 전통의상인 한복을 입고 쪽진 머리에 족두리를 쓴 모습의 여성 모델을 인쇄 화면 전면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그림 6.40) ‘한국적인 분위기’ 혹은 ‘한국적인 것’을 구현해 내려 시도하고 있는데, 이때 동원된 상징들은 흔히 ‘한국적 전통’ 혹은 ‘한국 문화의 고유한 원형’이라고 가정되는 것들입니다.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제작된 광고들에 등장하는 부채, 인삼, 전통 의상과 장신구들 또한 모두 외국, 특히 서양 소비자들의 시선에 맞추어 스스로 타자화한 한국의 전통을 표현하기 위해 동원된 소품들입니다.(그림6.42~44) 또한 광고는 상품에 전통이라는 요소를 이전시키지 위해 배경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2000년대 한방 화장품 광고의 모델들은 종종 타 화장품 광고와 유사하게 서구적이고 현대적인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배경 등에서 소위 ‘전통적인 요소들’을 간헐적으로 등장시켜 ‘전통적인 분위기’를 구현해 내려 합니다. (그림6.50) 화장품 광고에서 ‘한국’ 또는 전통이 재현되는 또 다른 전형적인 방식은 자연과의 연계성입니다. 광고에서 한국은 종종 문명화, 도시화 이전의 고유한 자연 환경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장소로 상상됩니다. 1989년 출시된 ‘미로’ 제품의 광고를 보면, ‘오염 없는 순수 세계’를 형상화할 수 있는 소재로 한국의 자연, 특히 야생화를 소재로 사용합니다. (그림6.56~~57) 한국=자연의 등식은 전통을 상품화한 광고에서도 명시적으로 들어납니다. 2014년 설화수 브랜드 광고 영상에서 자연이 배경과 소재로 등장하는데, 광고의 영상과 카피 내용은 자연, 과학, 전통, 현대 등의 범주가 한국이나 아시아와 관련되어 어떻게 사유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림6.59) 주목할 것은 광고의 내러티브가 한국=자연이라는 등식을 구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자연과 과학, 전통과 현대의 위계 내에서 표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설화수 광고 속 “수천 년을 이어온 아시아의 지혜가 시간을 되돌리는 안티에이징의 과학이 되기까지”라는 내레이션은 ‘아시아의 지혜가’가 결국 지향하는 바가 ‘안티에이징의 과학’이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보여줍니다. 한국 화장품 광고를 최초로 <동아일보>에 게재한지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국 사회의 사회문화 현상들과 함께 변화해 온 한국 화장품 광고. 한국 화장품 광고를 통해 우리는 한국 사회의 변화상과 아름다움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00년만큼 앞으로 한국 사회의 발자취를 남길 화장품 광고 속 아름다움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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