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재단

아카이브

  • HOME
  • 아카이브
  • 저널

저널

‘아시아의 美‘, ‘여성과 문화'와 관련한 본연의 생각을 나눕니다.

[여성과 문화] 피해자를 대하는 언론의 치명적인 자세

저자
이재영
등록일
2019.12.05
조회수
532

피해자를 대하는 언론의 치명적인 자세 이 글은 이재영 교수님의 논문 <  언론보도에 나타난 여성 범죄피해자 비난에 대한 연구>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해당 논문은 아모레퍼시픽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미디어는 대중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매체입니다. 특히 범죄사건은 크게 이목을 끌기 때문에 대중들에게도, 미디어 입장에서도 반복 보도할만한 가치가 있는 뉴스로 여겨집니다. 그와 동시에 보도 내용은 기자의 취사선택으로 이슈화 되고 여론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성 범죄피해자에 대한 비난’과 책임공유의 논쟁이 어떻게 언론을 통해 생성되는지를 밝혀내고자 한 연구가 있습니다. *이 연구는 1990년 부터 2017년까지 3년 주기로 여성 대상 범죄보도 기사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BIG KINDS 지면검색 서비스를 이용하여 수집하되, 중앙일간지(전체 11개사)만을 그 대상으로 수집하여 통계분석을 실시하였습니다. 여성 대상 범죄 보도는 꾸준히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특히 2011년 ‘만삭의사 부인 사망사건’, ‘대학교수 아내살해 사건’ 등 피해자의 건강 문제로 인한 살인과 이별살인 사건이 본격적으로 보도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또한 2016년도에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어 ‘부부가 아닌 남녀간 관계’에 있어 폭력행위를 규정하고 처벌하는 <데이트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발의 되었으며 이 영향으로 2017년에는 연인간 데이트폭력 보도가 비중있게 다루어지면서 보도량이 급증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여성대상 범죄보도에서 나타난 간접적·직접적 피해자 비난 “아내 딸 살해 40대 구속. 경찰, 생활고 때문 진술” “30년 병 수발한 아내를 둔기로 얼마나 힘들었으면” “함께 세상 뜨려 30년 간호한 파킨슨병 아내 살해, 남편 징역 10년 구형” “20대 간호사 상습 성추행한 70대 병원장 친밀감 표시” “두 달여 전부터 함께 살고 있던 B씨가 헤어지자고 자주 말하자 이에 격분해” “임신아내 딸 살해/능력 없다 무시 발언 격분” “연정품은 여성이 무시해 살해” “구박하고 용돈 안줘 외국인 며느리 살해한 시아버지” “불륜 연상 연인 살해” 가해자-피해자관계에 따른 피해자 비난 “가출 아내 흉기 때려 살해/석유 뿌려 자살 위장” “외도로 두 아이 낳은 아내, 남편이 8년간 참다 살해” “재워준다는 말에 따라갔는데 가출 여중생 성폭행 인면수심 아저씨” “현직 교사, 술취한 여성 성폭행 혐의 구속” 위의 내용은 지난 30여 년 동안 여성에 대한 살인, 성범죄, 가정 폭력 및 데이트 폭력을 다룬 보도 중에서  ‘여성 범죄피해자에 대한 비난’을 담은 통계와 실제 기사 의 일부입니다. 이와 같은 분석결과는 피해자에 대한 비난, 책임전가 내용의 변화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정 내 여성의 부재 및 여성의 이혼 요구 등은  여성 범죄피해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조장을 통해 2차 피해를 빚어내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피해자의 범죄신고 여부, 피해자 친구나 가족 등의 지지여부, 목격자의 증언의사 여부, 사법당국의 가해자 기소 및 소송절차 진행 여부, 배심원의 유죄인정 여부, 검사의 구형, 법관의 양형 판단 등 형사 사법절차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즉, 강간과 같은 성폭력 사건을 사회에서 용인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기여하고 가해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을 초래하여 결과적으로 성폭력과 범죄 예방에 지대한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언론의 피해자 비난은 피해자에 대한 인식의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가치체제나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치명적인 장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목록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100, 16층 아모레퍼시픽재단 사무국 © AMOREPACIFIC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