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트라스테베레 지구 성녀 체칠리아의 생가가 있던 자리에 위치한 산타 체칠리아 수녀원은 17세기 말과 18세기 초 “지상의 천국”으로 로마의 바로크 문화를 상징하는 장소가 된다. 1656년의 페스트는 이러한 수녀원의 위상 제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연대기의 기록자는 페스트라는 재난을 극복할 수 있었던 원인을 의도적으로 봉쇄라는 반종교개혁의 계율과 연관시키려 했다. 본 연구는 수녀원의 연대기를 사료로 활용함으로써 페스트라는 재난이 수녀원의 종교적, 문화적 위상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는 한편 산타 체칠리아의 수녀들이 1656년의 페스트를 어떻게 인식했고 또 개인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조직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했는지 재구성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연대기 기록자의 의도를 검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