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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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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 한국어와문학전선(戰線)의 여성 시인 - ‘적치 하’ 모윤숙과 노천명의 원체험과 시적 재현 양상

학술지명
현대문학의 연구
저자
박연희
연도
2023
발행기관
한국문학연구학회
전후 시문학의 문제성을 다각도로 드러내기 위해서는 시인의 이념적, 시문학사적 정체성이 재구성되는 역사적 과정을 쟁점화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이 논문은 한국전쟁의 문학사적 의미와 내셔널리즘의 인적, 이념적 장치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소위 ‘적치 하’에 잔류 및 부역했던 모윤숙과 노천명의 수기, 시문학, 수필 등에 나타난 체험의 회고와 형상화 양상의 편차를 살핀 글이다. 두 시인은 잔류 체험을 재현하더라도 그와 인접한 이미지들을 가공해 주제화하는 가운데 원초적인 체험에 대한 자기 서사의 논리를 마련한다. 따라서, 『풍랑』(1951)과 『별을 쳐다보며』(1953)을 중심으로 두 시인의 전쟁 체험의 구술성과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그와 중첩된 시적 재현 방식을 논구했다. 가령, 모윤숙의 원체험은 비국민(Non-national)에 해당하는 낙오자의 잔류 표상이 아닌 상당한 변형을 통해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와 같이 애국전사의 표상으로 가공되고, 이를 매개하여 내셔널리즘의 이념적 태도와 정념에 상응하는 천체 이미지를 획득한 나머지 그는 한국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자기 서사를 마련한다. 체험에 인접한 모윤숙의 천체 이미지는 잔류의 내러티브를 국가, 자유, 반공의 이미지로 더욱 또렷하게 나타낸다. 이에 반해 노천명의 「이름없는 여인 되어」는 수감 생활을 전경화하기보다 부역자 사건의 연상작용에 따라 유명인-부역자-무명인 등으로 자기 형상을 변용시키는 데 집중된다. 이때 박넝쿨, 초가 지붕, 울타리, 부엉이 등의 자연 이미지가 ‘이름 없는 여인’의 구성물로 배치되는데, 모윤숙처럼 전쟁의 이념과 표상을 반복하기보다 오히려 그러한 표현이 불가능한 생명, 평화의 원초적 공간을 드러낸다. 이는 죄의식과 죽음의식을 극복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아 비도강파를 유형화하는 명명법과 전형성에서 벗어나 한국전쟁의 기억과 전후 회복이 의미하는 바를 되새기게 한다. 요컨대 한국전쟁 원체험의 평화적 전유는 자기 체험에 대한 시학적·비평적 고투의 산물이었음을 확인할 필요가 있고, 또한 이것은 센티멘탈리즘의 과잉과 절제의 양상으로 이해되어온 여성시의 문학사적 관점 너머에서 재독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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