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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美‘, ‘여성과 문화'와 관련한 본연의 생각을 나눕니다.

잃어버린 오너리아를 찾아서

저자
손나경, 장진영
등록일
2019.11.18
조회수
460

잃어버린 오너리아를 찾아서 논문쉽게읽기 바뀐 이름의 운명 오너리아’ ‘소노에’ ‘정혜’ 이 글은 손나경 교수님의 논문 <『정부원』번안 과정으로 살펴본 “정숙” 이념 강화 양상>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해당 논문은 아모레퍼시픽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같은 책이라도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내용은 다르게 해석됩니다. 또한 시대상을 반영하여 같은 소설이 다르게 표현되기도 하는데, 여기 원안 소설에서 자주적인 여성이었던 주인공이 한국과 일본에 번안되면서 정숙을 강요당하는 여성으로 묘사된 소설이 있습니다. 같은 듯 다른 셋 영국 『끝까지 추적하라』, 일본 『스테오부네』, 한국 『정부원』 NO. 01 이상협의 번안소설 『정부원』(1914. 10. 29~1915. 5. 19) 영국 작가 엘리자베스 브래든(Mary Elizabeth Braddon)의 『끝까지 추적하라』(1885)는 출생의 비밀, 귀족 상속문제, 살인, 유괴 등을 소재로 흥미와 서스펜스를 선사한 일종의 대중소설이며 선정소설입니다. 한 여성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악을 응징하는 이야기가 주로 그려져 있습니다. [끝까지 추적하라]가 일본과 한국으로 번안되면서 시대상을 반영하여 소설의 일부가 원작과는 다르게 묘사됩니다. 구로이와 루이코가 이 작품을 『스테오부네버려진 쪽배』(1895)로 번안(번역과 달리 독자의 문화에 따라 편집)한 당시의 일본은 ‘도덕성에서 건전할 것, 정서적일 것, 도덕의 승리라는 구원의 결말일 것’을 모토로 하는 가정소설이 장려되었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번역, 번안에 대한 규례는 없었지만 한국적 상황을 간주한 번역가 이상협의 의식과 판단이 첨가되었음을 『정부원』(1914)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주인공 ‘정혜’입니다. 바꾼 이름, 바뀐 운명 ‘오너리아’, ‘소노에’, ‘정혜’ NO. 02 영국 원작의 주인공은 제니라는 이름을 버리고 자신에게 오너(honor명예)에서 유래한 ‘오너리아’라는 이름을 지어 주면서 삶을 개척할 의지를 투영합니다. 오너리아는 모계 중심형 가정을 이루고 이름에 걸맞는 독립적이고 덕있는 미망인의 운명을 쟁취하는 여성입니다. 하지만 번안본에서는 작가들이 각기 ‘소노에’, ‘정혜’로 작명했을 뿐 주인공 스스로 이름을 바꾸는 설정은 사라집니다. 작품의 결말 역시 남성 인물들에 의해 결정되는 가부장적 구조와 권선징악의 구도로 개작되었습니다. 오너리아, 소노에와 달랐던 ‘정혜’의 정조관 NO. 03 지성과 강인함을 가진 ‘오너리아’가 자존심, 영웅적, 불굴의 의지 등의 형용사로 표현된 것과 달리 순진무구하고 순종적인 모습으로만 그려지는 ‘소노에’와 ‘정혜’는 아름다움, 착한 마음씨, 정절과 같은 여성적 덕성을 지키고 있기에 존경을 받는 대상으로 꾸며집니다. 특별히 세 작품에서 가장 확연하게 달랐던 건 바로 ‘정조’ 이념입니다. 이는 한국,
일본, 영국이 각기 다른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여성적 규범에 대한 차이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혜’에게 몸에 대한 정조의 이념을 덧입혀 놓은 『정부원』은 조선의 유교가 여성의 몸에 부과한 정조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동안 연구에서 정혜는 신소설의 여타 여주인공과 다르게 빈틈 없이 단단하고 굳센 인물로 여겨졌습니다. 사실 각도를 달리하여 원작 주인공인 오너리아와 비교한다면 몸의 ‘정숙’을 더욱 강요 당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정혜’야 말로 ‘순조롭지 못한 슬픈 운명을 버티는 주인공’에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1910년대에는 새로운 글쓰기와 창조성, 외국의 이념과 자국의 현실이 뒤엉켜서 여러 형태의 글쓰기가 공존하는 특이한 시대였습니다. 이상협의 『정부원』은 여러 가지 이념이 뒤섞인 시대적 분위기 속에 발현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서구적인 것을 서구적으로 쓰려는 노력과 조선의 유교가 여성의 몸에 대해 부과한 정조관이 섞인 결과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재단은 여성의 삶과 아름다움 대한 연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다른 언어, 문화, 삶 속에서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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