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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美‘, ‘여성과 문화'와 관련한 본연의 생각을 나눕니다.

네번째, 남성성의 패러다임 전이, 가족의 재구성, 여성 간 여성혐오의 확산

저자
박찬효
등록일
2020.06.09
조회수
699

제 4부 남성성의 패러다임 전이, 가족의 재구성, 여성 간 여성혐오의 확산(2000년대 이후) 이 콘텐츠는 아모레퍼시픽재단의 지원으로 출판된 한국의 가족과 여성혐오, 1950~2020(저자:박찬효)에서 발췌 요약하여 제작되었습니다. 2007년 5월 유혹 노래하는 ‘알파걸’ 순정 부르는 ‘베타보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동아일보 기사는 문제와 답변으로 시작합니다. 문제. 다음 중 여자가수의 노래는? ①내 맘대로 미쳐볼래 이 밤 속에 펼쳐지는 나의 행진 / 삶에 지쳐버린 에브리데이 / 누가 뭐라 해도 오늘 밤은 제끼는 거야… ②꿈에서라도 만난다면 가지 말라고 하겠어요 / 이별 길을 넘어가시다 발병이라도 나신다면 / 못난 내 품에 잠시 쉬어가세요… 가요 가사를 통해 본 남녀 권력관계 반말과 명령조 등 강한 화법을 구사하는 1번에 비해 2번은 여리고 조심스럽다. 그럼 답은 2번? 아니다. 1번은 여가수 렉시의 3집 타이틀곡 '하늘위로'. 2번은 남성그룹 'sg워너비'의 '아리랑'이다. 2007년 가요계는 지금 '권력 이동' 시대를 맞고 있다. 사랑에 대해 강한 남자, 그런 남자를 만난 행복한 여자가 과거 가요의 고정된 화자였다면 이제는 렉시처럼 남자를 휘어잡을 것 같은 알파걸(남성보다 능력이 뛰어난 여성을 뜻하는 말), 'sg워너비'처럼 여자에게 애원하는 베타보이(알파걸과 반대되는 남자를 뜻하는 말)가 대중을 파고들고 있다. 2000년대에 이르러, 미디어에서 성역할의 역전 현상은 빈번하게 강조되었습니다. 미디어 세상에서처럼 21세기 한국 여성은 성차별 없는 사회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살 수 있게 된 것일까요? *사라지는 가부장제 속 알파걸 미디어에서는 기존 가부장제와 성별분업 체계를 폐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은폐하고 있습니다. 반면 표면적으로는 아버지가 가정일과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중장년 남성이 ‘개저씨’가 되어 비판받는 상황을 강조하고, 기혼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고 여성의 사회활동을 권장하는 사회 분위기만 보여줍니다.  -‘육아 성벽’이 무너지고 있다. 아내와 함께 아이를 돌보는 남편의 모습은 이제 자연스럽다. 하지만 남편이 육아를 도맡았을 때는 사정이 다르다. 여전히 일가 친척이나 직장 안에서의 시선은 따갑다. 부모나 집안 어른들은 “유난 떤다”고 흉보고, 직장 동료들은 “일은 뒷전인 무능한 동료”로 평가하기도 한다. 이런 시선 탓에 숨어서 육아를 하는 아빠들이 늘고 있다. 바로 ‘샤이 대디(shy daddy,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 육아 지지층)’다. ─ 〈(토요 화제) ‘샤이 대디’를 아시나요─육아 위해 직장도 박찼지만…‘전업아빠’ 내색 못하고 쉬쉬〉(《동아일보》, 2017. 3. 25, 20면) -324페이지 신문 기사 여성-약자에겐 뻣뻣, 강자 앞에선 굽실… 그대 이름은 ‘개저씨’ “마초 근성-가부장 의식에 빠진 40대~60대 초반 권위 남” “20세기 ‘꼰대’와 비슷하지만 훈계와 조언을 하면 쉽게 우스워져” “존경할 만한 어른에 대한 갈망 반영, 세대가 소통 ‘아재’ 모습 바람직” 이러한 상황이 두드러지면서 사실상 한국사회 결혼제도가 불평등하다고 발언하기는 전보다 더 어려워졌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가족 질서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여성의 적으로 여겨진 가부장제가 미디어상에서는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325페이지 사진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의 하 부장 -327페이지 SKY캐슬의 차민혁 가족에게 엄격한 가부장이자 경쟁과 출세의 논리에 찌들어 있는 인물 다시말해 그는 가부장적인 성향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외면받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인물이다. 갑자기 아버지의 권위가 약화되고 ‘알파걸’등이 등장한 미디어에서는 여성의 사회활동이 왕성해진 것처럼 꾸며졌고 그와 더불어 젊은 남성의 분노가 사회가 아닌 ‘여성’을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이 여자 아이한테 맞고 다닌다.’ 요즘 아들 가진 엄마들의 고민 중 하나다. 여자를 차마 때릴 수 없어 맞는 것이 아니라 진짜 흠씬 두들겨 맞는다고 한다. 내신 상위 등급을 여학생이 싹쓸이하다 보니 아들 가진 학부모는 남녀공학 학교를 피하기 위한 이사까지 다녀야 한다. TV드라마에서도 ‘찌질한 남자’가 남성의 표준처럼 돼버렸다.─ 〈(오늘과 내일) 알파걸과 살아야 할 아들 키우기〉(《동아일보》, 2007. 11. 28, A39면) -‘알파걸(학업이나 리더십에서 남학생에게 뒤지지 않는 엘리트 소녀).’ 이 시대의 대세인가. 여학생의 경우 양성평등 확대로 과거 남학생이 차지했던 영역에 진입하면서 “계속 잘해보라”는 격려를 받으며 성장한다. 반면 남학생은 운동을 잘해야 여학생에게 인정받는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고 ‘남자다워지는 것’과 ‘우수한 학생이 되는 것’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세상은 알파걸이 접수한다〉(《동아일보》, 2007. 8. 8, A2면) 실질적으로는 성평등이 이루어지지 못한 한국사회에서 남성이 경쟁에서 진 상대는 여성이 아니지만, 미디어의 ‘효과’로 인해 남성은 여성 때문에 자신의 사회활동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처럼 여기게 되었습니다. -여학생이 남녀공학의 중·고등학교에서 반장이나 회장을 맡은 비율이 남학생의 그 비율보다 낮았다는 것과 학교 성적 이외에,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사실상 무엇인지는 말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동아일보사의 자체 조사 결과, 남녀공학인 서울 지역 일반계 고교 61곳 가운데 전교 학생회장이 여학생인 곳은 15곳(25퍼센트)이며, 서울 지역 남녀공학 중학교 25곳을 표본 조사 한 결과 10개 학교(40퍼센트)의 전교 학생회장이 여학생이었다(〈우리 딸은 ‘파워걸’ (상)─“남 녀공학 우리 학교 선도부장도 여자예요〉, 《동아일보》, 2007. 4. 17, A3면) 여성혐오를 단순히 성대립의 결과로 간주하는 양상은 사실 타당하지 않습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국가는 더욱 악화되어가는 경제적 상황을 맞이합니다. 그로인해 자녀 교육과 노후 등에 대한 불안감으로 출생률이 급감하게 되면서 전통적 가부장제 유지가 불가능해 지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로 가구 수입이 줄어 남편 혼자 벌어서는 생활하기가 어려워지자 직장을 구하는 여성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남편 혼자 벌어선 못 살아” 주부들 생업전선 뛰어들어─전업주부 2년 연속 줄어 작년 708만 명〉, 《동아일보》, 2016. 3. 22, A16면) 이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가족이데올로기를 재편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 여성혐오입니다. *저출생률 시대 속 신현모양처 허영심의 대명사였던 ‘골드미스’는 따뜻한 모성과 충분한 경제력을 모두 갖춘 현모양처로 가족제도에 편입되고, 그동안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 위치했던 중산층 전업주부는 ‘된장아줌마’ 혹은 ‘맘충’이 됩니다.  -비영리 기관에서 일하자는 열망은 항상 있었다. 맥킨지에서도 ‘프로보노’(공공 이익을 위한 무료봉사) 활동을 꾸준히 했고, 재능기부라는 용어가 낯설 때인 2000년대 초반에 공정무역과 나눔에 대한 책을 번역해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한 적이 있다. 무엇보다 열 살 딸 아이를 키우면서 워킹맘으로 일을 대하는 자세가 이전과는 좀 달라졌다. 나에게 온전히 시간을 쓰던 대상이 아이로 바뀌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진 듯하다.─〈내 안의 교복학생 떠나보내니…‘벤처 자선’ 아이디어 샘솟아─벤처자선회사 ◯◯◯◯◯ 대표 엄◯◯〉(《조선일보》, 2018. 3. 23, C5면) -된장아줌마의 하루다. “아침 7시 20분, 탁상시계 소리에 기상한다. 졸린 눈으로 주방을 향한다. 콘프레이크와 저지방 우유로 대강 아침식사 준비를 한다. 황신혜 같은 몸매를 위해 일반 우유는 마시지 않는다. 설거지는 식기세척기로 돌리고, 그동안에 세수와 양치를 한다. 옷장을 열고 남편 카드로 그은 루이뷔통 멀티 스피디 30을 꺼내 거울에 모습을 비춰본다. 시슬리 향수를 귀밑에 뿌린 다음, 지난주에 구입한 마놀로 블라닉 구두를 신고 자동차 키를 들고 현관문을 잠근다. (…) 백화점에 도착했다. 남편 카드가 한도 초과 된 것을 투덜거리면서 딴 아줌마가 옷 사는 것을 실실 샘내기 시작한다….” ─ 〈21세기 신여성을 비틀다〉(《경향신문》, 2006. 8. 17, k02면) -460페이지 기사 어쩌다 엄마와 아이는 대한민국 ‘동네북’이 됐나 -직업적으로 프로페셔널한 삶에만 포커스를 맞춰 살았는데 애 엄마 되고 삶의 직경이 확 넓어진 느낌이다. (…) 외적인 평가엔 유효기간이 있다. 롱런하기 위해선 외적인 평가에 사로잡혀 있기보단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피부, 몸매 관리 이상으로 멘털 관리가 중요하다.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려 한다. 음악활동을 계속하는 것도, 봉사와 강의를 하면서 내 얘기를 나누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장◯◯, 몸도 마음도 리셋…워킹맘의 당당한 ‘워킹’〉(《조선일보》, 2018. 1. 26, C3면) 2000년대 이후, 자기만 아는 이기적 어머니이자 문란한 여성으로 그려지던 이혼녀의 존재성 또한 확연히 달라진 이유는 가난을 관리하기 위해 이혼한 어머니의 생활력이 부각되고,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재혼의 이데올로기가 긍정적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현모양처는 이러한 과정에서 등장합니다. -분별력이 완숙한 50대이지만 마음의 동요는 이때 더 잘 드러나는 모양이다. 인생의 황혼기를 앞에 두고도 장래의 불안한 위기감이 흉중에 싹트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이 순간 아름답지 못했던 과거 인생을 청산, 재출발을 해보려는 심경의 변화가 곧잘 일어나곤 한다. 이때 경제적으로 자신만 있으면 불편한 배우자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몸이 되고 싶은 심경이 강하게 작용한다고 한 전문가는 지적한다. 그러나 50대의 이혼은 어쩌면 서로가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경제력, 여유가 생김으로 해서 가능한 감정적 사치, 개인주의적 경향 등이 그 시발점을 이루고 있을지도 모른다. ─ 〈인생을 재출발한다, 50대 이혼 늘어─일(日), 12년 전보다 50% 증가, 자녀 출가-가족제도 무너져 참아왔던 갖가지 불만 폭발〉(《조선일보》, 1979. 10. 23, 4면) -“내 아내는 남편의 나쁜 성격에 상처 받았을 뿐 이혼했다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대상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서로를 존중해주는 재혼가정 모습 보도─〈이혼 재혼 “나도 행복할 권리 있다”─이혼 커플 17%… 80년대의 3배, ‘일탈적 행동’ 시각 많이 벗어, TV서도 떳떳이 ‘공개 구혼’〉, 《조선일보》, 1997. 9. 30, 33면. -부모님은 이혼하고 난 뒤 연락이 끊겼다. 은수는 할아버지와 함께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지내왔다. 지난해, 초경을 하기 전까지는. 그날 은수는 막막했다. 생리대는 어디서 사야 하는지, 어떻게 착용하는지 알려줄 사람이 없었다. 친구에게도 물어보지 못했다. 친구들도 그런 걸 물어보진 않았기 때문이다. 문득 잊고 지내던 엄마의 빈자리.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여아 지원 사업이 꾸려졌고 개인 후원도 고개를 들었다.─〈사춘기 혼자 견디는 소녀, 엄마 손길로 보듬어주세요〉(《(조선일보 공익섹션) 더나은미래》, 제167호, 2018. 10. 30, F8면)  미디어에서 여성의 취업과 경제활동이 긍정적으로 이미지화되는 이유는 출생률을 높이면서 여성에게 가정 유지와 계층 상승 의무를 공식적으로 부과하기 위해서입니다.  -부부가 비슷한 수입을 벌 때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비슷한 수입 올리는 부부가 행복감 크다〉, 《미주한국일보》, 2018. 5. 16 -여성이 결혼 후 일을 계속하려는 이유로는 가계경제에 보탬이 되려 한다는 응답이 60.8%(복수 응답)였고 재산 증식(43.4%), 자아발전(21.7%) 등이 뒤를 이었다.” ─〈(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보고서) 퇴근 후 할 일…워킹맘은 “저녁 준비”, 배우자는 “본인 식사”〉, 《조선일보》, 2018. 10. 8, B3면. -가족의 물질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 기여하는것─〈(Why) “가족이 사랑 공동체? 살아남으려는 경제 동맹체〉, 《조선일보》, 2013. 1. 26, B7면. 사회적·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핵가족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결과로 여성혐오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2010년대의 여성혐오 현상은 ‘사회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에 대한 환상’이 만들어지면서 생겨난 것입니다. 가사노동을 비교적 평가절하 하는 미디어의 분위기는 은근히 전업주부와 워킹맘을 경쟁관계로 만들어놓습니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주부가 우선순위에서 밀려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제시되고, “2013년 무상보육을 도입한 뒤 외벌이 가정까지 어린이집 이용이 폭증하자 정부가 2016년 맞벌이 가정을 위한 종일반(12시간)과 외벌이 가정을 위한 맞춤반(6시간)을 분리해 운영했다”는 내용이 추가되면, 대중이 아이를 낮 시간에 어린이집에 맡기는 전업주부를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사회적•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핵가족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결과로 여성혐오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2010년대의 여성혐오 현상은 ‘사회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에 대한 환상’이 만들어지면서 생겨난 것입니다. 5부에서는 신자유주의와 여성혐오를 중심으로 현재의 한국사회 가족과 여성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5부 모성의 멸균 능력을 요구하는 신자유주의, 남성 간 경쟁 질서를 은폐하는 ‘여성혐오’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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