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콩, 타이베이, 베이징, 도쿄 등 국가적 트라우마를 경험한 동아시아 다섯 개 도시를 전지현, 장만옥, 서기, 학뢰, 카라타 에리카 등 다섯 명의 여성 산책자가 걷는다. 이 책은 이 다섯 개 도시에서 제작된 다섯 편의 영화 <엽기적인 그녀>, <화양연화>, <밀레니엄 맘보>, <여름궁전>, <아사코>를 통해 지구적 감성의 영화적 아틀라스를 재구성하고 아시아의 미 개념을 드러내고자 한다.
도시 공간에서 항상 중요한 리듬을 만들어 내는 것은 어떤 움직임이나 흐름과 관련된 모빌리티이다. 그러므로 도시에서의 걷기는 사회 활동으로서의 도시화이며 단순히 돌아다니는 행위 이상의 것이다. 영화 속에서 배우가 도시를 횡단하며 산책할 때 영화도시라는 무빙 이미지가 생산된다. 특히 여성 산책자로서의 여성 배우는 영화도시에 대한 젠더화된 서사적 지도를 새롭게 그리는 존재이다. 이들이 수행하는 몸짓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지도일 뿐만 아니라 신화, 기억, 판타지, 욕망의 지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