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조선과 동아시아에서 ‘미인’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비되었는지를 탐구한 책이다. 전근대 사회에서 미인은 타고난 존재로 여겨졌고, 화장이나 신체 변형은 금기시되었지만, 근대에 들어서면서 미인은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와 기호 속에서 적극적으로 ‘제조’되는 존재가 되었다. 신문과 잡지, 삽화, 사진, 영화, 광고 등 다양한 매체는 새로운 미의식을 퍼뜨렸고, ‘미인’은 단순한 외모가 아니라 건강과 위생, 교양과 소비, 나아가 국가적 이상을 담아낸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미인 대회는 미의 기준을 수치화하며 대표 미인을 시대의 아이콘으로 만들었고, 이는 여성의 자기 표현 수단이 되기도 했지만 외모의 상품화와 남성 중심의 시선을 강화하기도 했다. 서구적 미모, 일본 제국의 식민주의적 미인상, 할리우드 배우에 대한 동경은 조선 여성의 이상적 이미지로 자리했으며, 이러한 흐름은 오늘날 외모 중심 사회와도 맞닿아 있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시대와 사회의 맥락 속에서 다시 묻게 하는 책이다.
리뷰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