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한국의 유명 여배우 최은희 감독 영화에 관한 고찰을 시도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최은희가 연출한 영화는 <민며느리>(1965), <공주님의 짝사랑>(1967), <총각선생>(1973) 등 세 편이며, 본고에서는 이 가운데 영상 자료가 현존해 있는 1960년대작 <민며느리>와 <공주님의 짝사랑>에 대한 분석을 통해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그의 영화 연출 경향을 탐구하였다. 첫째, 두 작품은 모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두었으며 전자의 경우 전근대적인 관습 속 민며느리의 힘든 삶이 신파적으로, 후자의 경우 생기발랄하던 젊은 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루어졌다. 또한 전자에서는 최은희 자신이, 후자에서는 신예 남정임이 극중 주인공 역할을 맡았으나, 홍보 과정에서 영화 배우 출신 감독으로서의 최은희의 존재감이 부각되었음은 공통된 사항이다. 그리고 <민며느리>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획득한 반면, <공주님의 짝사랑>은 그렇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둘째, <민며느리>는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참고 노력한다면 문제가 해결되고 보상이 따른다는 인내를 통한 위기 극복의 미담을 담고 있으며, <공주님의 짝사랑>은 경직된 사회 제도 속에서도 누구든지 의지와 용기를 발휘한다면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또한 두 영화는 형식적으로도 필름의 색깔과 비율에 있어 ‘흑백-시네마스코프’를 사용함으로써 색채의 화려함보다는 파노라마적인 효과를 택하고, 역동적인 화면 구성 및 다채로운 장면 설정을 중첩적으로 활용하며, 여러 가지 편집 기법을 통해 각 장면들 간의 균형감과 리듬감을 확보하는 한편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킨다는 점 등에서 궤를 같이하였다. 셋째, <민며느리>와 <공주님의 짝사랑>은 사극의 외양을 띤 채 그 하위 장르에 위치함과 동시에 당대에 유행하던 영화적 조류에 기대어 있기도 하였다. 그러면서도 나름의 특징을 보였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는 ‘민며느리’와 ‘공주님’을 제목 자체로 둔 이들 작품 모두에서 여성(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뿐 아니라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동시기 여성상의 단면이 표출된다는 점을 들 만하다. 그런데 특정 영화의 주제는 상당 부분 감독으로부터 형성되고 위의 두 작품의 연출은 최은희였기에, 이를 통해 1960년대 중후반 시점에서 여성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한국영화 속 여성의 표상을 파악해 볼 수 있다. 본 논문을 계기로 지금껏 ‘배우론’에 머물러 있던 최은희의 작품 세계가 ‘감독론’의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