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휴먼 영화들이 풍성한 가운데 어른 남성이나 어른 여성으로 표상된 사이보그들 속에서 사이보그 소녀 캐릭터들의 등장이 눈에 띈다. 사이보그 소녀 캐릭터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그들이 주로 자아의 확립이라는 서사를 통해 다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특히 <엑스 마키나>의 사이보그 소녀/여성 캐릭터인 에이바가 어떻게 가상-자아를 확립하는지에 주목하고 그 과정을 프로이트와 라캉의 자아 및 정체성 개념에 비추어 해명한다. 이를 위해 라캉의 거울 단계 이론과 스크린 개념을 경유하여, 영화 속에 등장하는 7회차에 걸친 튜링 테스트의 광학적 스타일이 에이바의 주체화 과정을 시각화하는 전략을 분석한다. 또한 왜 에이바가 케일럽을 버려둔 채 네이든의 연구시설을 떠나는지를 해명하기 위해 해러웨이의 ‘젠더 없는 세계의 젠더’라는 관점에서 사이보그 소녀의 존재론의 특이성을 탐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