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종다양한 복합적 기술환경 위기가 상존하는 현대 사회에서 재난에 대한 기술합리적 분석과 대응만큼이나, 계급, 인종, 젠더 등으로 차별받지 않고 재난 이후 삶을 회복하는 일은 중요하다. 관련하여 ‘재난 취약성’과 ‘재난 불평등’에 관한 기존 연구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재난 정의’를 위해서는 젠더 관점이 더 요구된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본 연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의 공적 공간에서 사소한 것으로 배제되어 온 여성들의 목소리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벌인 활동에 주목한다. 사례가 되는 「이와키 방사능 시민측정실 타라치네」는 후쿠시마현 이와키의 엄마들이 주체가 된 시민과학 단체이다. 이 글은 이들의 방사선량 측정 활동이 위험에 관한 지식 생산을 넘어서 삶의 세계를 구축하는 다양한 사람과 사물의 관계를 조정하고, 정책과 제도의 프레임에 문제를 제기하는 스케일 작업이라고 주장한다. 비가시적이지만 그들의 삶의 세계의 모든 것을 채우고 틀지우는 방사선량을 측정함으로써 이들은 생활 세계에 대한 공통감각을 구축한다. 재난 이후 삶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장치로서 이 활동은 생활 정치와 연대의 윤리이며, 새로운 인간-사물-제도의 관계 변화를 도모하는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