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식민지의 책시장을 어떻게 구조화시켰는지를 검토한 글이다. 이를 위해 이 글에서는 책시장에서 유통된 책들의 제목에서 여성 지시어가 첨부된 책을 표본집단으로 설정했다. 이 표본집단을 대상으로 식민지의 여성과 책시장, 문학의 관계를 조망했다. 책시장에서 여성 표제어 책의 유통은 1920년대에 정점에 달했다. 여성 표제어에서는 집안의 여성보다는 집 밖의 여성을, 기혼 여성보다는 미혼 여성을 지시하는 말이 우세를 점했다. 이는 전통적 여성과 근대적 여성을 가르는 지표로 작용했다. 아울러 문학은 여성에게 단순히 취향의 대상만은 아니었다. 전근대의 여성이 소설을 필사함으로써 문자문화의 영역에 자신의 입지를 마련했듯이 식민지의 여성은 문학을 통해 인간다움과 근대인의 삶을 내면화했다. 그러나 여성과 문학의 친밀한 관계에는 여성의 사회활동을 상당히 제약한 식민지의 구조적 압력도 작용했다. 이러한 점들을 검토한 이 글은 근대 지식문화의 젠더 양상을 새롭게 조망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