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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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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 한국어와문학제국의 시대를 여행한 여성들

학술지명
우리말글
저자
김경민
연도
2023
발행기관
우리말글학회
이사벨라 비숍과 나혜석, 메리 테일러와 박인덕이 살았던 시대는 여행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도전이자 오래된 차별에 맞서는 저항적 행위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여성의 여행’과 그것을 기록으로 남긴 행위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국경을 넘는 여행을 경험한 여성들이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들의 여행기는 ‘여성’이라는 젠더적 요소만으로 수렴되지 않는 다양한 시선과 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여성’이라는 하나의 정체성으로는 수렴되지 않는, 혹은 충돌하기까지 하는 다른 정체성의 요소들까지 고려해봐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제국’과 ‘계급’이다. 국경을 넘는 여성의 여행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시기가 제국주의 시대였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제국-식민지라는 첨예한 대립과 불평등의 구조 속에서 여행가가 서 있는 자리에 따라 시선의 위치와 방향이 결정될 수밖에 없음은 당연할 것이다. 아울러 당시 해외여행은 상류층에 속하는 선택받은 소수만이 경험할 수 있는 예외적인 기회였던 만큼 경제적 계급에 따른 시선과 인식의 차이 또한 여행가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있어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다양성과 개별성을 부정하고 획일화된 하나의 기준에 따른 차별과 불평등, 서열화된 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남성의 시선이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비판과 저항의 성격을 띠고 있는 젠더지리학이 강조해야 할 것은 ‘여성’이라는 단일한 기호가 아니라 ‘여성’이라는 하나의 정체성으로는 수렴되지 않는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된 다중적이고 개성적인 형태로서의 여행기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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