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페미니즘 번역 이론을 바탕으로 일제강점기 신여성 김명순이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의 자연주의 희곡 「외로운 사람들」(1891)을 문화번역한 「돌아다볼 때」(1925) 개고본과 「외로운 사람들」(1924)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두 작품은독일어 원본을 한 줄 한 줄 옮긴 일반적인 의미의 번역이 아니어서 보통 초기근대 소설로 여겨졌지만, 본 논문은 서사와 등장인물에 주목하여 독일어 원본의페미니즘 번역이라고 주장한다. 하우프트만의 희곡이 구도덕에 고통받는 남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다룬다면, 김명순의 소설은 여성이 주인공이거나 여성처럼 타자화된 남성이 주인공이며, 여성의 고통, 자유연애,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식민지 조선의 결혼, 조혼, 가부장제를 비판하기 때문이다. 김명순은 번역가로서 남성 서사를 여성 서사로 바꾸고, 등장인물을 원본과 다르게 형상화한다. 남성 인물들은원본의 가부장적인 주인공과 다르게 여성 인물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페미니스트로 그려지고, 여성 인물들은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자유연애를 추구하는 주체적인 여성들로 묘사된다. 김명순은 억압적이고 숨막히는 가부장적인 사회에 저항하며, 독일의 희곡을 식민지 조선의 두 페미니즘 소설로 번역한다.